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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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동기와 목적

낙인에서 존엄으로, 우리가 함께 일구어 온 공존의 40년

조합원 여러분, 그리고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신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제 1대 이사장 김지영입니다.

한국 사회에 HIV 감염이 처음 보고된 지 어느덧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사회에서 ‘감염인’이라는 이름은 치료와 돌봄의 주체가 아닌, 공포와 감시의 대상으로만 읽혀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그 차가운 낙인을 뚫고 피어난 따뜻한 변화의 현장에 서 있습니다.

"문 앞을 넘어서면, 우리는 오직 동료이자 시민입니다"
대구 동구의 작은 카페 ‘빅핸즈(Big Hands)’를 기억하십니까?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닙니다. 2012년, 우리 당사자들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일터를 만들자”며 떨리는 첫발을 내디뎠던 희망의 거점입니다.

커피를 내리고 손님을 맞이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 동료들은 더 이상 ‘환자’가 아닌 ‘주체적인 노동자’로 서 있습니다. 낙인은 문 앞에서 멈추고, 안에서는 오직 서로를 격려하는 동료애만이 흐릅니다. 현재 8호점까지 이어진 이 풍경은, HIV와 함께 살아가는 삶이 결코 사회와 격리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장면입니다.

일터를 넘어 주거와 의료, 연대의 망을 짜다.
우리의 걸음은 일자리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사회주택 ‘꿈담채’ : 요양쉼터를 넘어, 취약계층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주거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의료연대기금 ‘레드케어’ : 제도적 틈새에서 서로의 치료비를 나누며 시민 스스로의 안전망을 구축했습니다.
‘모두의 치과’ : 감염 여부로 진료를 거부당하지 않는, 이름 그대로 배제 없는 의료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의 밑바탕에는 “우리도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며, 사회를 함께 만드는 주체다”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지난 23년간 레드리본이 지역 현장에서 몸소 증명해온 ‘공존의 모델’을 이제는 HIV 지원 조례와 돌봄 특화 모델이라는 제도적 그릇에 담아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복지의 수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시민성을 확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업입니다.

"우리는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이 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존엄하게 대하고 있는가?” 레드리본의 실천은 이미 그 답을 내놓았습니다.

낙인에서 존엄으로, 통제에서 공존으로.
40년 전 시작된 기억의 방향을 이제는 완전히 돌려야 합니다. 대구의 작은 카페에서 시작된 이 변화의 불씨가 한국 사회 전체로 번져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우리는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그 길을 여러분과 함께 걷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12.1. 세계 에이즈의 날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제1대 이사장 드림